총 균 쇠8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문학사상사
앞에서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에 대한 글을 쓰다보니 불현듯 이 책에 대해 써야만 한다는 의무감이 들어서 포스팅.
퓰리쳐상에 빛난다는 ‘총,균,쇠’는 ‘어째서 민족,국가,문명간에는 우열의 차이가 존재하는가?’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노예무역이라든가 대동아공영권, 홀로코스트, 그리고 현대의 식민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이 주제는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떡밥이었다.이 떡밥은 현재에도 2CH의 혐한쓰레드라든가, 혹은 대한민국의 개소문이라든가, 또는 네오나치즘이라든가 KKK단이라든가, 이주노동자포비아라든가 뭐 기타등등 여전히 유통기한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상황. 
대개 이 떡밥을 잘못 물게 되면 ‘민족이나 국가나 문명간에 우열의 차이는 없다.’라는 식으로 반론하다가 자승자박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 지점에서 명확하게 포인트를 집어준다.
‘우열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운이 좋아 얻게 된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될 뿐이다.’
어째서 4대 문명인가, 어째서 비옥한 초승달 지역은 현재에는 듣보잡 취급을 받는가, 왜 아메리카대륙은 반대로 유럽대륙을 점령하지 못했을까? 중국은 왜 근대에 들어오며 유럽에 뒤쳐지게 되었는가…
뭐, 이런 이야기들이 조금 두껍지만 지루하지 않게 쏙쏙 들어오는데…
이렇게 쓰면 이건 일반적인 독후감인거고…
원래 쓰려던 내용은 여기서부터.
헌데, 나는 이 책을 잡고 읽을 때에, 무릎을 치며 그래, 맞어, 그렇지… 를 외치다가도, 그런데 언젠가 어디선가  이 내용을 꼭 읽어본 것만 같은 기시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다음 페이지에 무슨 내용이 나올 것인지 조차 예언할 수 있을 정도. 처음 읽는 책임이 분명한데도 말이지…
이 위화감의 존재를 내내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앞서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을 읽다가 퍼뜩 든 생각.
‘Sid Meier’s Civilization이잖아!!!’, 유레카!
Sid Meier의 Civilization에 대한 설명은 여기.
Life game에서 영감을 얻었음이 분명한 이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총,균,쇠’의 모든 내용이 게임 안에 녹아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최초 시작시에 주변에 강이 있는지, 바다가 있는지, 어떤 광물이 있는지, 어떤 자원이 있는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자원의 생산과 인구의 증가, 리소스의 분배 및 투자, 그리고 다른 민족과의 상호작용, 이룩한 성과로부터의 피드백영향, 환경요소의 제어 및 강화…
설마, 제레드 다이아몬드와 시드 마이어가 서로 상의했을리는 없을 테고, 또 설마 어느 한쪽이 참조했을리도 없겠지만…
어쨌거나 결론은 이렇다. 책이든 게임이든 둘 중 하나를 경험했다면 나머지 한쪽에 대해서는 훤하게 궤뚫게 될 것이다. 정보나 지식, 가치를 전달하는 데 있어 책이든 게임이든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 그런 면에서 본다면, 같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책을 썼던 제레드 다이아몬드보다, 오히려 게임으로 만들어낸 시드 마이어가 더 대단하지 않은가?
라프 코스터가 모든 게임은 에듀테인먼트라고 이야기 한 가장 확실한 실증이랄까.(뭐, 원래부터도 Civilization은 에듀테인먼트의 대표격으로 불리우고 있긴 했지만.)
ps. 혹시 Civilization 중독증으로 고생하시는 분이라면 다음 사이트를 방문해보시길.
카테고리: 읽다

0개의 댓글

익명 · 2024-10-01 21:05

총균쇠는 1999년 초판이 발간되었을 때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베스트셀러인데, 시드 마이어가 2005년 출시된 문명이란 게임의 구상단계에서 총균쇠의 요지를 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쪽이 더 가능성 없어 보이는군요.

어쨌든 정보와 지식의 가치 전달에 형식이 중요하지 않다는것에는 크게 공감하고 갑니다.

답글 남기기

아바타 플레이스홀더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