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상황이 있다고 하자.
나는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고, 회사에서 중요한 실무책임자로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XX는 사회의 악으로 안티XX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인적 소신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XX가 이번 회사의 가장 중요한 클라이언트가 되는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XX의 빈곤가정돕기 캠페인의 주관업체로 우리 회사가 선정되게 된 것이다.
문제는, 해당 업무의 중요성과 특수성 때문에 회사에서는 나를 총책임자로 하길 원하고 있으며, 같은 이유로 다른 누군가로 대체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즉,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이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럴 때 나의 선택은?
1) 비록 개인적으로는 안티 XX라 하더라도, 이 사업자체는 공익성이 우선하므로 내 소신을 잠시 접어두고 이 사업에 적극 참여한다. 그러나 안티XX로서의 일관성은 지키고 있다고 자위한다.
2) 비록 공익성이 큰 사업이지만 크게 보아 XX의 악행을 미화시키려는 술수이므로 이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2-1) 개인적인 소신을 회사에 알리고 이 사업에서 빠진다. 그 결과 회사가 망하거나 혹은 내가 잘리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2-2) 개인적인 소신은 감추고, 이 사업에서 빠진다. 핑계를 교묘히 대서 회사가 망할 지언정 내 책임은 아닌 쪽으로 만든다.
3) 마키아벨리적 천재성을 발휘하여, 사업에 참가하여 회사의 이익은 지키되, 교묘히 XX의 캠페인이 실패하도록 획책한다. 이 과정에서 나와 회사의 혐의를 발견할 수 없도록 한다.
4) 직장인으로서의 나와 집에서의 나는 전혀 다른 페르소나이다. 집에서야 얼마든지 안티XX를 하고 회사에서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XX의 똥꼬도 성심성의껏 빨아 줄 수 있다. 이건 내적갈등이 될 꺼리가 아니다.
5) 이 기회에 안티XX를 관둔다.
솔직히 내 주관적인 입장은 3번이고는 싶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여 4번에 가까움.
작가나 프리랜서 처럼 혼자 일하는 스타일이라면 얼마든지 일과 개인적 소신을 일치시켜가며 일할 수 있겠지만, 직장인으로서는 그러한 부분이 매우 힘들 수 있다. 이러한 딜레마에 직장인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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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윤리학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기실 ‘양심’에 대한 문제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공개적으로 1번을 선택할 것이고, 또는 남몰래 5번을 선택할 것이다. 말빨이 좋은 사람은 4번을 선택할 것이고, 어쩌면 쿨게이들은 3번을 선택할지도.
그러나 2-1번을 선택하는 이는 용자 인정.
XX에는 정부를 넣거나, 삼성을 넣거나, 조선일보를 넣거나 해도 되며, 이 상황 자체를 양병거나 집총거부 문제로 치환해도 좋다. 과연 자신은 몇번을 택할 것이며, 그에 대하여 자신의 양심은 무어라 이야기하고 있을까?
0개의 댓글
너바나나 · 2011-01-12 06:04
2-1이나 3이 땡기긴 한디 현실은 잘해야 4번이고 5번이 가장 높을 듯싶근영.
꿈틀꿈틀님에 답을 듣고 싶구만요.
띠보 · 2011-01-12 06:04
민노씨 추천타고 왔습니다.
얼마전에 구본형씨 강의 들었는데
회사 업무상 관계 자체가 딜레마다.
나쁜 사람이라면 일로만 만나는
중립적 관계를 유지하라고 했는데.
그래야겠다. 고개를 끄덕였는데
마지막 문장 '양심'을 떠올리니 꿍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