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는 식구들 모두(장인, 장모, 처남, 처남약혼녀, 와이프)가 공무원인데다, 정치적성향이랄까 인생관은 리버테리언부터 우파적아나키즘까지(그런데 공무원의 사상이 이래도 되나?)의 스펙트럼.

심지어 그나마 가장 나랑 통하는 와이프마저도 잘봐줘야 리버럴.
왜 이야기를 하냐하면, 옆집에 살고 아이봐주는 것 때문에 처가에서 반쯤 생활하다보니, 처가식구들의 인생관과 미묘하게 충돌.
이번 노무현전대통령의 자살건에 대한 입장차이가 너무 나서, 그렇다고 가뜩이나 빨갱이로(!) 찍힌 내가 이러니 저러니 말할 것도 없고(게다가 난 노무현을 지지하지도 않으니까.). 그래도 해소하지 못할 이 답답함.
1) 기소와 구속의 차이를 이해못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듯은 함. 굳이 공판중심주의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죄의 유무여부는 법정에서 결정되어야 함에도 많은 이들은 ‘기소’ = ‘유죄’로 생각하고 있음. 즉, 검찰에 의해 기소된 순간부터 죄인으로 낙인찍히게 됨. 이미 처가식구들에게 노무현은 뇌물받은 파렴치범으로 확정되어 있음.
2) 선의와 악의를 구별못한다.
원래 노무현에게 적용된 포괄적 뇌물수수죄는 노무현이 ‘악의’ – 가족의 수수사실을 인지하였음 – 를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 성립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인지/불인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족이 돈받았음’에 방점을 찍게 됨. 따라서 노무현이 인지를 했든 아니든, ‘권력을 빌어 가족이 뇌물받은 파렴치범’이 됨.
3) 뇌물죄의 성립요건을 이해못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은 경제행위일 뿐,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뇌물죄는 공무원에게 대가성과 업무관련성에 관련되었을 때 발생하는 특이한 사항이다. 즉, 돈을 받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돈이 어떤 맥락으로 건네어졌는가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찌되었건 돈받았으니 뇌물’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법정에서 어떻게 공방을 하느냐에 따라 포괄적 뇌물수수일 수도 있겠으나, 그저 증여세미납의 문제가 될 수도 있을 수도 있겠다.
4) 공소권에 대해 이해못한다.
어째서 검찰은 권양숙여사를 기소한 것이 아니라, 노무현전대통령을 기소했는가… 그리고 왜 노무현전대통령 서거후 검찰은 공소권없음으로 사건을 종료했는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함. 뇌물죄는 노무현이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성립하는 것이며, 그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그저 증여세미납의 문제일 뿐, 돈을 주고 받은 사람들과 행위는 범죄로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노무현의 인지여부만이 핵심일 뿐, 그 금액이 얼마이든, 어디에 썼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사리사욕’에 썼다고 생각할 수록 인지여부와는 상관없이 죽일 범죄자가 되는 것.
5) 그러다보니 생기는 오해
일단 작동기제가 이렇다보니, 노무현 전대통령은 잘해야 법정에서 무죄가 된다쳐도, ‘돈받아먹었지만 교묘히 본인은 법망을 빠져나가고 가족들에게 죄를 전가한 파렴치범’이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법정에서 구속당하고 ‘거봐, 다 똑같은 넘들이지. 전두환, 노태우 같은 넘’이 되버리는 구도.
이렇게 따지면 검찰과 그 뒤의 정부는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임. 일단 우리 처가식구들에게 그러한 마인드를 심어주었으니.
사실, 이렇게 따지면, 우리가 주고받는 경조사비도 아슬아슬하게 뇌물죄의 경계에 걸쳐져 있다. 아, 그러고보니 왜 처가식구들이 이 문제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하나 했더니… 우리 처가식구들은 타인의 경조사에 참여를 거의 안한다. -_-a 그래서 그랬구나…
카테고리: 생각하다

0개의 댓글

aransdad · 2011-01-12 06:06

@Draco – 2009/05/27 13:45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Draco · 2011-01-12 06:06

그런점을 노리고 검찰에서 그렇게 언론 플래이를 한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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