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태그 이야기를 했더니 곧바로 메신저로 질문이…
좀 추상적이었던 이전 글은 원래 예전에 쓰다만 것인데, “한님의 초건전사이트 운영자 동맹 포스트”을 보고 갑자기 기억이 나서 글을 완성했습니다. 아무래도 배경 부연이 필요한 것 같아서요.
UserSigs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포럼이나 블로그 등에 글을 쓰고 자신의 Signature를 남길 때 사용자의 성격에 맞는 그래픽 이미지를 가져다 쓸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배너셰어 서비스지요.
그러니까,
“저는 나이키브랜드를 좋아하고, 커피에 중독된, 리눅스를 쓰는 공산주의자에요.” 라는 자질구레한 설명 대신,
‘rel=”tag”‘라는 마이크로 포맷에는 맞지 않지만, 거의 완벽한 태그 활용이라 할 수 있지요. (자동입력이니 태그추천이니 하는 인터페이스가 태그의 전부처럼 이야기되는 요즘입니다만. 그건 오히려 곁가지일 뿐이죠.)
1) 집단지성??
집단 지성은 “의도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에게 별도의 액션을 요구하는 “소위 집단지성” 시스템은 결코 집단지성이 될 수 없습니다. “투표하세요.”, “추천점수를 주세요.”, “별점을 매겨주세요.” 이런 문장이 들어있는 시스템은 집단지성과는 멀어졌다고 할 수 있지요. 사용자의 “의도적인 행위”가 개입되는 순간 집단지성의 의의는 사라집니다.
UserSig의 Top Image 섹션을 보면 그 차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rating, vote, hit, download의 네가지 척도에 따라 각각 높은 점수의 sig들을 보여주는데요,
별도의 액션이 필요한 rating, vote에 등장한 이미지와 별도의 액션 대신 사용자의 이용 액션 그 자체인 hit와 download에 등재된 이미지를 비교해보면 차이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어느 쪽이 진짜 top image일까요? 당연히 download가 많이 된 이미지가 진짜 인기 이미지겠지요. (vote와 hit에 같이 상위로 등재된 Led-Zeppelin sig는 메인에 노출된 최근등록 sig라서입니다. hit수에 비해 download가 적다는 것이 실제로 그 sig가 그다지 인기가 있지 않다는 뜻이지요.)
rating, vote에 참여자 수가 적어서 그런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본질적으로, 집단지성은 무의식의 발현 집합을 근거로 합니다. 에, 다시 말하자면, 집단지성을 체크하는데 rating이나 vote는 그다지 좋은 수단이 아니라는 거지요. ‘월척’의 폐해가 있을지언정 별점보다는 조회수 많은 글이 더 집단지성을 잘 표현하는 셈입니다. “집단지성”이 반드시 똑똑하란 법은 없으니까요.
2) collabulary
태그의 단점으로 늘상 지적되는 모호성, 다형성을 collabulary로 극복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있습니다. 태그추천 같은 기능도 그 일종일텐데요. UserSigs에서는 등록된 이미지를 가져다 쓴다는 형태로 collabulary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collabulary구현시 주의할 점은, collabulary가 강제성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Mac OS X’라는 태그보다는 ‘MacOSX’라는 태그가 ‘좋아요.’ (이 태그와 관련된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Mac OS X라고 쓰지는 마세요, 그건 다른 사용자들이 적게 쓰거든요. MacOSX라는 태그를 꼭 쓰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쓰면 훨씬훨씬 더 좋아요.)”
라는 형태는 문제가 있다는 거지요.
애초에 태그의 장점이 모호성과 다형성에 있는데(위에서는 단점이라고는 했지만.) 굳이 그 모호성과 다형성을 강제로 억제하려는 시도자체에 태그 시스템의 모순이 발생하게 되는거지요.
“타인을 위한 태깅”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겠습니다. 누가 뭐래도, 내 맘에 들면 태깅은 이것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는 그 다음… 그리고 그 때에야 vocabulary의 필요성이 생기는 거고, 그것을 collabulary로 구현하는 게 맞습니다.
UserSigs에서 같은 대상에 대한 sig라 하더라도 자기 취향에 맞는 이미지로 골라 선택하거나, 그나마도 맘에 안들면 스스로 만들어 올리도록 하는 체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겠지요.
3. NO more Category
“linux-user”가 나에 대한 Categorizing인가요? 아니죠. “linux-user”는 나에 대한 Characterizing이지요. 그러니까, “linux-user”를 클릭하면 linux-users를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서비스는 태그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 접근이지요.(의미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만.)
즉, “linux-user에 누구누구가 속해있느냐”는 건 전통적인 Categorizing 접근 방법이고, “누구는 어떤 속성(character)을 가지고 있느냐” 는게 Characterizing 접근 방법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차라리 TatterTools 옛날 버전에서 쓰던 keyword라는 것이 오히려 태그의 본래 개념에 더 가깝다 할 수 있습니다.
이 태그에 어떤 글이 붙어 있느냐…보다는 이 글에 어떤 태그들이 붙어 있느냐가 더 좋은 태그의 활용법이 되는 힌트가 될 수 있겠죠.
4. Is really useful?
태그를 사용하는 서비스들은 한번씩 반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이 서비스에서 “태그”가 진짜로 유용한 것인가? 트렌드로서의 거품을 걷고, 실제로 정보공학적으로 유의미한 인터페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이 시스템 체계에서 이 태그가 진짜로 쓸모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저 멀티 카테고리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중복패쓰를 양산하는 비효율적인 정보경로는 아닌가, 의미없고 쓰이지 않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쓰레기 정보의 생산방법은 아닌가…
태그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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