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는 주제와 동떨어지므로 여기에서는 과감히 생략.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소위 추천글사태로 모듬지을 수 있는 최근의 올블로그-를 화두로 ‘선한 사용자의 참여’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화적으로 안정된 web 2.0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몇가지 생각해볼 화두가 있겠는데요,
첫번째는 ‘collaborate’와 ‘collective intelligence’는 같은 개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올블의 추천 시스템은 전형적인 ‘collaborate’의 구현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자원(로그인, 클릭에 소요되는 노력과 시간)을 조금씩 써서 공통의 목표(읽을만한 블로그 찾기)를 달성하는 것은 일견 꽤나 멋지고 바람직한 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collaborate의 성공을 위해서는 구성원 전체가 공통의 목표에 대한 동의외에도, 실질적으로 그 행위에 대한 결과가 노동을 투입한 당사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야 합니다. 올블의 추천시스템은 이 부분이 빠져있죠. 애써서 남의 글에 ‘추천’을 해준들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남의 글에 ‘추천’하는 행위는 직접적으로,
1) 나의 한정된 노력과 시간과 관심이라는 자원을 소비하고,
2) 타인의 글을 ‘추천’함으로써, 올블메인이라는 한정된 재화를 놓고 벌이는 경쟁에서 자신의 글이 불리해집니다.
3) 게다가 자기 혼자 ‘추천’하고 다른 이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그 불리함은 더 커지죠.
이렇게 ‘추천’하는 개인에게 불리한 시스템을 놓고 왜 ‘추천 안하냐’, ‘추천을 열심히 하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완전히 넌센스라고 해도 다름없지요.
게다가 실제로는 ‘모두가 추천을 열심히 누르는 착한 사람들’이 된다 해서 이 시스템이 잘 돌아갈 것이냐.. 요건 또 다른 이야기거리가 됩니다.
즉, ‘좋은 글 발굴’이라는 ‘공동의 선’을 ‘집단지성’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느냐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이른바 ‘선한 사람 되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이른바 ‘collective intelligence’는 개인의 ‘의지’가 들어가는 순간부터 왜곡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collective intelligence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용자의 ‘의지’를 차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혹은, 사용자의 ‘의지’를 이겨낼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이 뒷받침되거나요.
Google의 PageRank는 collective intelligence의 대표적인 구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얼마나 참조하고 있는가’로 랭크를 매기는 이 방법은 ‘의지’를 이용해서 조작하기에는 꽤 비싼 대가를 치뤄야하기 때문이죠. ‘참조’에는 비용이 수반되고, 실질적으로 ‘의도’가 아닌 ‘필연’에 의해 이루어지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화된 SEO를 통해 조작을 하고 있긴 합니다만.)
그에 비하면 올블의 추천 시스템은, 추천 클릭이 싼 비용은 아니라쳐도, 그렇다고 개인의 의지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엄청나게 비싼 비용도 아니지요. 이런 경우 집단지성은 발현되기 어렵습니다. (집단감성은 발현되기 쉽지만.)
collaborate이자 collective intelligence의 대표격인 wikipedia조차 사실상은 끝없는 노이즈와의 싸움이라 할 수 있지요. 그나마 그것이 잘 돌아가는 이유는,
1) 강력한 감시자가 있다.
2) 참여에 대한 자기만족이 크고 실질적으로 공동의 목표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자각을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올블의 추천 시스템은 추천버튼 하나 누른다고 뭐가 엄청나게 보람찬 일을 하고 있다거나 추천에 대한 피드백이 즉각 돌아오나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열심히 추천클릭해보아요’라는 구호는 그냥 빈 구호가 될 뿐이지요.
어찌되었건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모두가 착한 사람이 되면 되지 않겠냐…는 건, 불가능의 여부를 떠나서, 별로 안정적이지도 못한 전략입니다.
생물학 이야기를 잠깐 해야겠습니다. 교양과정으로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소위 ESS(Evolutionary Stable Strategy)를 이 경우에 집어넣으면 딱 맞는 이야기입니다.
“선심파”와 “기회주의파”가 있을 때, 얼핏 생각하기에는 구성원 전원이 “선심파”일 때 공동체의 이익(과 구성원 개인의 이익)이 가장 크므로, 모두가 “선심파”가 되도록 진화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선심파” : “기회주의파”의 비율이 특정한 상태가 되도록 진화가 이루어지게 되죠.(정확한 비율은 선심의 행위의 비용과 이득, 기회주의 행동의 비용과 이득에 따라 결정됩니다.)
올블의 경우에는 선심의 행위의 이익[좋은 글에 추천을 해준다]과 비용[로그인과 클릭], 그리고 기회주의행위의 이익[좋은 글로 추천된 것을 그냥 수고 없이 본다]과 비용[아무것도 안한다]를 따져보면, 기회주의 쪽이 너무 많이 이익이죠. 즉 구조상 선심파보다 기회주의파가 더 많은 상태가 더 stable한 상태가 되는 겁니다.
그런 걸 아무리 “착한 사람이 됩시다” 캠페인을 해봤자 애초에 달성될 수 없는 목표라는 거지요.
그렇다면, “착한 사람의 참여”는 결국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냐….
그건 아니죠.
다만, 그를 위해서는 “착한 사람의 참여는 그 착한 사람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는거죠.
물론 저는 추천이나 평점 시스템 자체를 신뢰하지 않기에(애시당초, 누군지도 모르는 다른 이들이 추천하고 주는 평점 자체가 어떻게 나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 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추천등 왜곡될 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의 채택 자체를 반대하는 편입니다만… 그래도 꼭 추천시스템을 유지하고 싶다면… 간단하다면 간단한 해결책이 있긴 하죠.
“클릭하는 행위가 실질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가 되어야겠습니다. 뭐.. 돈으로 보상… 할 수도 있겠지요. 좋은 글을 많이 추천한 분들께 선물을 드려요 같은. (뻔한 부작용이 벌써 예상되긴 합니다.)
좀 더 나은 대안은, 예를 들어 “스크랩을 위해 클릭하면 자동으로 추천이 된다.” 같은 시스템이 될 수도 있겠죠. 자신의 필요에 의해 뭔가 액션을 – 당연히 행해야하는 – 취하면 그 부수적인 효과로 추천에 상응하는 통계를 잡을 수 있다거나 하는거죠. 꼭 스크랩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예를 들자면, “개인별 올블로그 오늘의 좋은 링크 북마크모음”이라든가, “해당 글에 대한 원격 블로깅 지원” 같은 실질적인 개인별 이익으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거죠.
그 보상이 크면 클 수록 “선심파” – 이쯤 되면 “이기적 블로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 가 유리해지는 비율로 안정되는 것이지요.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로그인하고 추천클릭해봤자 나한테 돌아오는 거 없으니, 그럴만한 보상 체계를 제시하는 쪽이 좋다는 충고입니다. 웹 2.0의 한계도 아니고, 사람들이 사악해서도 아니고, 그저 기획의 미비일 뿐이지요.
카테고리: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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