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지겹게 듣는 이야기는 “자본주의하의 현실론”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여기, IE만을 지원하는 A라는 사이트가 있다고 하자.
현실적으로, “IE만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는 두개의 층위가 혼합되어 표현된다.
1) IE만을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긴 한데, “효율과 편의성, 시장성”을 고려하여 IE전용으로 만들었다.
2) 구현하려는 기능이 정말로 IE에서만 돌아가기 때문에 IE전용으로 만들었다.
“현실주의자”들의 문제는 이 두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일단, 1)에 관해 살펴보자.
“전도사”들이 누누이 말하지만, 웹표준을 준수했을 때 얻는 비용적 이득은, 웹표준을 준수하지 않고 같은 효과를 얻으려할 때 필요한 비용보다 크다. 개발이 용이하고, 유지보수가 쉬우며, 접근성이 확보되고, 사용성이 증가한다.
또한 웹표준을 준수했을 때 얻는 비용적 이득은 웹표준을 적용시키기 위해 투자되는 비용보다 크다. 맘잡고 학습하면 한달이면
너끈하고도 남는다. 한달 안에 안된다면… 아쉽게도 잘못된 방법으로 학습했거나, 혹은 소질과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할 수 밖에.
일단 이루어진 “투자”는 두고두고 우려먹을 수 있다.
즉, 효율과 편의성 문제에 대해서는 표준 쪽에서도 얼마든지 할 말이 있다.
헌데, 그 놈의 “90% IE 사용자 신화”는 여전히 유령처럼 세상을 떠돈다. (그나마 99%에서 많이 낮아진 편.)
이 블로그의 트래픽은 놀랍게도, IE 사용자가 55%, 비IE 사용자가 45%이다. 확실히, 블로거들은 FF를 많이 쓰고 있고,
이 블로그 자체가 FF와 친해서인 이유도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는 꽤 많은 비율이라 조금 놀랐다. 물론 국내 전체
네티즌들을 포함한다면 이런 수치가 나오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트래픽 분석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IE 전용사이트인 A에 90%가 IE사용자라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비IE사용자는 A에 1회 접속해보고, 발길을 끊거나,
또는 IE로 바꿔서 접속한다. 따라서 브라우저별 접속분포를 보기 위해선 최초방문자들만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재방문자들을 포함한 통계를 보고 “거봐, 역시 IE가 대세라니까.”따위 분석을 내놓는 것은 제법 멍청한 짓이다.
소변기를 같이 설치해놓고는 “여자들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안보나봐…”라고 해봤자 소용없는일.
어쨌거나 계산을 좀 해보자.
실제로 IE사용자가 90%이고, 비IE 사용자가 10%라 가정하자.
사이트 개발에 드는 비용은 IE 전용이 1, 웹표준방식이 1.2이라고 하자. (숙련된 표준전도사들은 표준대로 만드는게 더 빠르지만, 모두가 그 정도 스킬은 아니라고 치고…)
웹표준준수를 위한 학습비용이 별도로 0.3이 필요하다고 하자. (사이트 하나 만드는데 3개월 든다면, 학습 제대로 하는데 1개월 걸리니까…)
1개월간 유지보수에 IE전용이 0.2, 웹표준방식이 0.1이 든다고 하자. (진짜로 유지보수가 편하다.)
매달 수익은 계산하기 쉽게, IE전용이 0.9, 표준방식은 1이라고 하겠다. (90% vs 100%)
이랬을 경우,
사이트 오픈부터 n달까지 대차대조를 해보자면,
IE전용 : (0.9 * n) – ((1) + (0.2 * n)) = 0.7 * n – 1
표준방식 : (1 * n) – ((1.2 + 0.3) + 0.1 *n) = 0.9 * n – 1.5
n > 2.5, 즉 3달째부터 표준방식이 더 이득이다.
응? 유리한 숫자를 고른 거 아니냐고?
그럼 웹표준 쪽에 좀 더 페널티를 줘보자.
웹표준 사이트 개발비용을 IE전용보다 2배 많게 해서, 2로 놓자.
웹표준 학습 비용을 통크게 1로 주자.
웹표준 유지보수비용은 0.19, 거의 IE 전용과 비슷하게 놓았다.
이랬을 경우,
표준방식 : (1 * n) – ((2 + 1) + (0.19 * n)) = 0.81n – 3
IE 전용 : 0.7n – 1
n > 18.1… 대략 18개월째부터는 표준방식이 이익이다.
상당히 과장된 숫자를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웹표준 방식이 궁극적으로 더 이득임을 볼 수 있다.
좀더 심화해볼까?
A라는 사이트가 대단한 인기를 끌어 수익이 엄청난 대박아이템이라고 하자.
그래서 다달이 들어오는 이익이 바로 위의 두번째 계산보다 3배 많다고 하자. 물론 대형 사이트이니 유지보수 비용도 3배 많다고 가정하겠다.
이경우에는,
표준방식 : (3 * n) – ((2 + 1) + (0.57 * n)) = 2.43 * n – 3
IE전용 : (2.7 * n) – ((1) + (0.6 * n)) = 2.1 * n – 1
n > 6.0… 대략 6개월만에 웹표준 방식이 이익이 됨을 볼 수 있다.
즉, 규모가 큰 사이트일 수록 웹표준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뜻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라면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이 공식이 정확한 공식이라는 것은 아니다. 허나 간단하게 모델링 해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웹표준 쪽이 이득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표준방식이 IE전용보다 손해가 되는 경우는, 유지보수 비용이 IE전용보다 많이 들어갈 때 뿐인데, 흐흠. 과연 그런가?
글쎄, 이 정도 계산도 안해보고 현실론을 운운하는 기획자, 개발자, 경영자들은 머리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혹시 영세한 사업자라서 초기투자조차 버겁다거나, 수익을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거나 하면 이해가 가지만…
아, 2)IE가 아니면 웹에서 불가능한 기능이 있었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것 따위 없다. 그런 것이 있다면 그건 “웹”이 아닐 뿐.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