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씨께서 메일로 조선일보의 RSS관련한 사항을 질문해오셨는데, 메일로 답을 드리려다가 공개적으로 포스팅할 가치가 있을 듯 해서 적어봅니다.
“그 피드를 조선닷컴에 ‘제공’하는 데에 어떤 ‘계약’도 필요로 하지 않는 건가요? 그냥 조선닷컴에서는 ‘가져와서’ 쓰면 되는건지요? 이 점이 가장 궁금합니다”.
일단, 전략이나 가치문제를 떠나서(그런 부분은 제 소관사항이 아닌지라.) RSS의 사용과 관련된 법적 부분을 좀 살펴보자면…
핵심사항은 이것입니다.
“RSS는 컨텐트 자체가 아니라, 그 컨텐트를 설명하는 메타정보일 뿐.”
많은 오해가, “RSS = 컨텐트”라는 인식에서 발생하곤 하지요.
RSS는 컨텐트에 관한 메타정보를 담아 배포하는 규격입니다. 이 메타정보는, 컨텐트의 이름, URL, 작성자, 작성시각…
등등등을 포함하고 있지요. 이것들은 저작권(1차 및 2차 ‘창조물’에 대한 권리)과는 상관없는 객관적 사실입니다. 즉,
RSS자체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적합하게 제공된 RSS를 이용한다는 것은 통념적인 한도내에서 저작권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저작권이 보호하는 것은 오리지널 컨텐트이지, 그 컨텐트에 대한 “설명”은 아니니까요.
문제는, RSS에 컨텐트 자체 혹은 일부를 담았을 경우의 저작권입니다.
이곳을 보시면 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참고하실 만한게 있으실 겁니다.
요약하자면,
1) 상업적인 이득을 얻는가.
2) 재가공 정도가 어떠한가.
3) 사용량이 어느정도인가.(웹사이트를 몽땅 긁는 수준인가, 아니면 요약이나 설명을 제공하는 정도인가..)
4) 원본의 시장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사항들을 따져봐서 오리지널 컨텐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RSS제공자(=컨텐트저작자)가 제공하는 RSS는, 저작자 자신의 기준에 맞게 공개해도 좋을 만큼을 공개하는 약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수준으로 RSS를 제공할 수 있지요.
이미지까지 몽땅 contents:encoded에 집어넣어 전문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고, 아주 일부만 살짝 공개하는 경우도 있고,
또 컨텐트 자체가 아닌 단순한 간접설명(description / excerpt)만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또 컨텐트에 대한
설명은 전혀없이 url만 제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참고)
바꿔말하자면, RSS는 충분히 제공자가 의식적으로 인지한 상태에서 공개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그 권한이 자유롭지
못한 국내 포털 블로그들은 논외.) 최소한 신문사라면 자신들이 RSS를 왜, 어떻게, 얼마나 제공할 지를 결정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렇게 의식적으로 수준이 결정되어 제공된 RSS는 보호받아야 하는 저작물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RSS를 사용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딱히 문제될 게 없습니다. 공개를 할 지 말지, 어느 수준까지 할지를
제공자가 결정했다면 그걸로 끝. 수집자가 가져갈 지 안가져갈지, 어떻게 가져갈 지, 가져가서 무엇에 쓸 지는 제공자가 왈가왈부할
꺼리가 아니지요.
일단 RSS를 제공하고, 누군가 그것을 가져가서 쓰게 되었을 때, 그것이 제공자의 오리지널 컨텐트에 대한 저작권까지 침해하는 것이 아닌 한 RSS의 사용에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뭐, 원론적인 이야기를 길게 늘여썼는데.(실은 이미 전에 몇번 이와 관련된 포스팅을 했었죠.)
한국, 그것도 신문에 관해서라면 좀 특이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온신협 저작권”이라는 게 문제지요.
“온신협”에서 신문기사 링크에 관해 너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을 해놓아서, 이미 아시겠지만 프레임링크는 물론이고, 링크자체도
엄격하게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사의 “제목”을 그대로 쓰는 것 자체도 저작권의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지요.
옛날에 이와 관련해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음.. 지금보니 오늘의 사태(?)를 예견한 선구자적 포스팅이었군요. 조선일보를 예로 드는 예지력까지!(^_^)
결론내자면 이렇습니다.
1) RSS의 취지만 놓고 보자면 조선일보의 새로운 서비스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은 RSS활용법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2) 그러나 “온신협”의 관점으로 보자면 자가당착 모순에 빠지는 웃기는 상태이기도 하지요.
에, 민노씨께서 질문하신 부분에 대한 답변은 1)로 갈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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