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과다는 정보의 빈곤만큼이나 ‘원하는 정보’의 획득에 방해가 된다.

과다한 정보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얻기 위해서는(‘찾기 위해서… 가 아님’ ^_^), 정보에 대한 필터링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Profiling과 Reputation이 그나마 어느정도 구현되어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개인 맞춤’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Profiling의 단점은, 필터가 세밀해질 수록 필터를 통과하는 정보의 양이 줄어들고, 자신의 프로파일링을 정확히 하기 힘들며, 정보가 해당 필터에 걸리게 하기 위해서는 컨텍스트 마이닝 기술이 필요한데 이것이 아직 쉬이 구현되기 어렵다는 점.

해서 요즘에는 Reputation – 이른바 ‘평판’에 기반한 가치분석법, 소위 ‘집단지성’이라는 시스템이 인기이다.

문제는, Reputation이 정보에 대한 질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점. 모집단이 커지고 모집단의 수준이 평준화될 수록 특정 정보에 대한 가치가 낮아지게 된다. 즉, 모집단이 커질 수록 Reputation은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모집단이 커질 수록, 취급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그 많아진 정보 중에 ‘자신이 원하는 정보’ – ‘모두가 원하는 정보’말고 – 를 찾는 것은, 또 다른 정보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일인 셈이다.

Reputation이 높은 정보를 선택하면 되지 않겠냐고?
표준분포에 가까워질 수록, Reputation이 높은 정보란, 더 노출되기 쉽고, 더 많은 사람에게 그럭저럭 통용되는 수준이 되기 쉽다. 즉, 그것이 ‘내가 콕찝어 원하는 정보’일 가능성은 더 멀어지게 된다.
allblog나, digg 등이 점점 덩치가 커지면서 메인에 노출되는 정보들이 예전보다 ‘나’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험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모집단을 적정 크기로 유지하거나, 혹은 정보의 표준분포를 ‘나’에게 맞게 인위적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은 어떨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 중에 ‘신뢰’ 시스템이 있다.

우선, 모집단을 ‘내가 선택한 소스’로 한정지을 수 있다. 그러니까, ‘뇌이버 지식즐’보다는 ‘TodaysPPC’에 가서 물어보는 쪽이 더 정확히 PDA에 대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TodaysPPC에 대한 나의 선택은 ‘이곳이 나에게 더 유용하다’라는 ‘신뢰’ – Reliability에 기반한다.

또다른 신뢰시스템의 구현은 ‘가중치’로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 디파티드’에 남들이 준 별점 네 개보다, 내 친구의 별점 두 개가 나한테 더 의미있다. 나는 그 친구와 같이 영화를 봐야하기 때문에. (혹은, 그 친구와 나의 영화취향은 비슷하기 때문에.)

물론 그 외에도 Reliability를 구현할 방법들은 많겠고…

Reliability를 구현하기 위한 선행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신뢰대상에 대해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 기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경험을 기반으로, 수치화하기 어려운 조건들을 신뢰대상이라는 라벨로 객체화시킬 수 있다.
즉, ‘내가 신뢰하는 이유를 나는 안다.(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라고나 할까?

사실 신뢰시스템은 Profiling 기법을 타인에게 위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profiling하는 것이 어렵고, 또 기계가 그 profile과 context를 일치시키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 과정을 ‘신뢰할 수 있는 타인’에게 맡기는 방법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스템의 구현에 문제가 있다면, ‘신뢰할 수 있는 타인’을 어떻게 ‘내 경험’에서 뽑아내어 구체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점. 나아가서는 그 과정에 ‘나 자신의 왜곡된 의도’를 차단할 수 있는가 하는 점. (개인은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의도가 행위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신뢰’는 ‘호/불호의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계’가 그 역할을 대신하겠지만, 그때까지는 ‘신뢰할 수 있는 타인’이 ‘생판 모르는 누군가’라든가 ‘나 자신도 모르는 나’보다는 나을 것이다.

카테고리: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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