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뱅이의 역습6점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김경원 옮김, 최규석 삽화/이루
‘부자로 살면 과연 행복한 것인가’
이 질문에 우리는 남들의 눈치를 살짝 보며 ‘부자라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좀 더 부자가 되기를 바라고 또 노력한다. 부자라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우리는 부자가 되려 끝없는 경쟁속을 빠르게, 혹은 느리게 전력으로 달린다.
과연 어느 만큼의 부자가 되어야 이 질주를 멈출 수 있을까.
나는 모른다. 가끔, 지금 연봉의 두배를 받는다면 나는 거기에 멈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만약 그 때가 되더라도 나는 아마 그 두배를 꿈꿀 것 같다.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불행하다면 그 이유가 반드시 돈 때문만은 아닐 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가 되려 한다. 돈으로 불행을 팔고, 행복을 살 수 있는 것만도 아니라면서도 그래도 역시 돈을 찾는다.
까고 말하자면 이런 거다. 부자가 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난하면서도 행복하기란 더 어렵다고 다들 직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소유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나누고 바치며 살자.. 뭐 이런 이야기 해봤자 씨알도 안먹히는 건, 그런 수도승같은 생활이 재미있을리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누군가 부자로의 치킨게임을 멈추게 하고 싶다면 가난하게 사는 것이 숭고하거나 아름답다고 에둘러 미화시키지 말고, 있는 그대로 궁상스럽고 찌질하게 살아도 무지하게 재미있다라는 것을 증명해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여기에 그 증명이 있다.
솔직히, 이 책.. 좀 유치하다. 찌질하고 궁상스럽다. 똑같은 상황을 정반대의 눈으로 보자면 막장인생쯤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삶이 재밌댄다. 재밌다고 혼자 그렇게 살아봤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루저의 허세쯤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그래서 그는 자꾸 세상에 딴지를 건다. 가난뱅이들을 모아 소동을 일으킨다. 불온한 반란이다. 잘나가는 부자들의 세상에 역습을 가한다. 
물론 그 역습이 성공할리 없다.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랴. 저자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가난뱅이로써 즐겁게 살고 싶을 뿐.
일부 엘리트-부르주아 진보진영의 군자연한 태도에 질린 사람들이라면, 가난뱅이로써 사는게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한번쯤 곱씹게 만들만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카테고리: 읽다

0개의 댓글

띠보 · 2011-01-12 06:05

삶이 꼭 행복해야 하는지

그런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의리 · 2011-01-12 06:05

현실 직시라는건 꽤나 어려운거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내가 보고 있는것이 현실인지, 현실이 날 보고 있는 것인지..

서울비 · 2011-01-12 06:05

가난해도 불편하지 않다고 거짓말하지 말고,

불편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증명해줘야 되겠죠.

민노씨 · 2011-01-12 06:05

"가난하게 사는 것이 숭고하거나 아름답다고 에둘러 미화시키지 말고, 있는 그대로 궁상스럽고 찌질하게 살아도 무지하게 재미있다라는 것을 증명해주어야만 한다."

이 부분이 참 좋네요..

그런데 참 어렵긴 하겠다, 우리나라에선 더더욱 그렇겠다.. 뭐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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