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는다는 행위에 대한 객관적인 가치부여 따위야 나는 모르겠고,
개인적으로 내가 신문을 읽는 행위는 내 자신이 설정한 프레임에 맞는 세상읽기를 위함이다.
그러니까, 조선도 읽고 한겨레도 읽고 좀 그러면서 중립적인 시각을 갖춰야 하지 않겠냐는 군자연한 말씀이나, 혹은 조선일보도 안보면서 조선일보 욕하면 안된다는 경험주의자들의 주장이나, 혹은 여차저차해도 역시 조선일보가 최고(하다못해 문화면만이라도)라는 입장 그 어디에도 해당안됨.
나는 주로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정도만 읽는데, 그 이유는, 나 자신의 프레임 – 혹은 가치관과 그나마 가장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나는 블로그를 가려 읽으며, 비슷한 이유로 나는 TV 프로도 가려본다. 비슷한 이유로 에덴의 동쪽을 안보고 비슷한 이유로 카인과 아벨을 재밌게 본다. 그러나 꽃보다 남자는 예외.)
그나마 비슷하다는 것이지, 어디 100% 완전공감이야 가능하겠나. 개인 맞춤 쪽집게도 아니고, 100%공감이란 뒤집어 말하면 그냥 내 자신이 주관이 없다는 뜻일 뿐.
일단, 내 자신의 프레임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있는 바에야 굳이 반대쪽 입장의 신문을 읽음으로써 나 자신의 프레임을 흔들리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 오히려 끊임없이 내 자신의 프레임을 공고히 해나가기 위한 재료로 특정 매체를 선호하는 셈.
그나마 나의 가치관에 비추어 그나마 비슷한 쪽이라 한겨레가 꼽힌 것일 뿐, 만약 내가 정 반대의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면 조선일보 열독중이었을 것임.
세상을 보고 읽는 것은 나 자신의 삶과 행동에 대한 정당성과 목표를 얻기 위함이지, 특정 신문의 가치관에 동화되기 위함은 아니지 않은가. 일단 자기 자신의 가치관이 있고 나서야 자신의 가치관과 가장 비슷한 신문이 자연스레 선택되기 마련.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조선일보가 그 영향력을 무기로 우리나라를 보수적(그렇게 표현해도 된다면)으로 만든 게 아니라, 보수적인(그렇게 표현해도 된다면) 다중이 조선일보를 선택하는 것일 뿐.
결론은 뭐. 한겨레의 구독률의 향방은 기사의 질이나 발행면수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그 가치관을 내가 받아들이느냐 못받아들이느냐의 차이.
개인적으로는 조선일보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닥 안티조선에 흥미없음. 뭐, 그렇다고 일부러 찾아 읽을 만큼 변태는 아니고.
어쨌거나, 사람들이 돈에 환장하기 때문에 경제신문들이 팔리는 거고, 와이프는 꽃미남에 환장하기 때문에 F4를 보는거고. F4때문에 와이프가 꽃미남에 환장하게 되었어요… 는 아니니까 뭐.
여하튼 그런 전차로, 인생의 프레임 설정에 획기적인 전환이 없고, 내 맘에 쏙드는 새로운 신문이 창간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계속 한겨레 읽을 거라능.
0개의 댓글
하민혁의 민주통신 · 2011-01-12 06:04
trackback from: 이문열의 <詩人> 그리고 박식함에 대하여
조선일보를 읽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화가 난다. 조선일보는 대개 논조가 정연하다. 트집 잡을 게 별로 없다. 어떤 뉴스의 핵심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정보의 가장 정통한 언저리에 접할 수 있는 신문이 조선일보다. 그런데도 그것을 읽고 있으면 왠지 성이 차지 않고, 해서 때로는 짜증이 난다. (여기서의 '조선일보'는 내가 아는 조선일보다. 다시말해 80년대의 조선일보다. 난 아무개씨가 주필을 맡고 있던 그 당시에 조선일보에 바가지로 욕을 하고…
민노씨 · 2011-01-12 06:04
요 며칠 블로깅이 활발하신 것 같아 애독자로서 참 반갑습니다. : )
"세상을 보고 읽는 것은 나 자신의 삶과 행동에 대한 정당성과 목표를 얻기 위함이지, 특정 신문의 가치관에 동화되기 위함은 아니지 않은가. 일단 자기 자신의 가치관이 있고 나서야 자신의 가치관과 가장 비슷한 신문이 자연스레 선택되기 마련."
이 부분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매우 공감하는 바입니다만, 이후 쓰신 '조선일보'가 결과이고 원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물론 어느 한쪽을 강조하신 취지시겠습니다만, 원인으로 작용하는 조선일보의 영향력도 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방법론으로서 블로깅이 갖는 가능성도 조금은 확대될 수 있기를 바라는 입장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