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님의 포스트에 달린 덧글을 보다가…

첫번째 문제.
전산쟁이라면 Greedy 알고리즘에 관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할 때, “가장 빨리 출발하는 차를 잡아타고 가다보면 가장 빨리
도착한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일단 고속터미널에서 현재 가장 빨리 출발하는 것이 수원행 버스라면 그것을 타고
가서 수원터미널에서 역시 가장 빨리 출발하는 광주행버스를 타고, 광주에 도착해선 가장 빨리 출발하는 대구행 버스를 타고…. 뭐
이런 알고리즘이다.
때로는 Greedy알고리즘은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주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좀 더 최적화된 알고리즘이 있기 마련이다. 대신, 구현이 용이하고 이해하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실제로 Greedy알고리즘은 빠른 개발과 확인이 필요한 테스트단계에서나 쓰이는게 대세이다. 정확한 테스트 결과를 얻게 되면 정식 배포전에는 좀더 효율적인 알고리즘으로 대체된다.
만약 Greedy알고리즘을 좀 더 효율적인 알고리즘으로 교체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실행시간이 오래걸리거나 리소스가 많이 사용된다거나 하는 불편이 있을 수 있겠다.
여기, 이전 버전까지 개발을 담당했던 개발자가 Greedy알고리즘으로 된 로직을 그대로 둔 채로 퇴직하는 바람에 당신이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다고 하자. 이럴 경우, 당신은 이 Greedy알고리즘을 투덜거리면서 새 알고리즘으로 바꿔야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 시간과 노력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 이 비용은 당신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일까?

두번째 문제.
예전 어떤 프로젝트에서 실제 경험했던 문제.
런칭한 새 서비스는 테스트도 완벽하게 통과했고, 처음 3개월간은 아무런 문제없이 잘 돌아갔었다. 그러나 그 후, 누적되는
데이터를 DB가 감당하지 못하여 서비스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전적으로 사용량을 잘못 예측한 기획자와, 대용량
서비스를 염두에 두지 않고 DB를 설계한 개발자의 잘못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해결할 생각이라면) 매우 많은 인력과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심지어 새로 서비스를 만드는 것보다도 많이 들지도 모른다. 과연 이렇게 비용을 들여서까지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가?

답은 각자 생각해보도록 하시고.

웹표준에 대한 비용문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발언 중 하나는,
“예상외로 많은 비용”이라는 점이다. (일단, 코더 하나 뽑으면 될 거라 생각하는 수준이 대부분, 그러니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들 수 밖에.)

* “분석/설계 단계에서부터 웹표준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웹표준을 적용하기 위한 수정은 비싼 비용을 치루어야만 한다.”
1) 그럴 수도…
2) 허나, 그 책임은 일차적으로 “분석/설계 단계에서 웹표준을 고려하지 않은” 기획자/아키텍트에게 있다.
3) 명색이 “웹” 기획자 또는 아키텍트라면 “웹”에 대해 고려해야만 했다.
4) 물론, 뭐, 형편상 못했을 수도 있겠다. 허나 기획이나 설계단계에서 놓쳤다 하더라도, 개발단계에서 Model과 View를
충분히 분리한 구조로 개발했다면, 차후 웹표준을 위해 수정이 필요하더라도 View단의 수정만으로 훌륭히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5) 그러나 웹표준을 적용하기 위해 DB자체를 풀어헤쳐야 한다거나, 라이브러리를 전부 새로 만들어야 한다든가, 프레임워크를
통째로 갈아치워야 할 정도라면, 애초에 개발자체가 별로 아름답지 못하게 이루어졌다는 폭로일 뿐이다. 이건 웹표준을 떠나서
개발자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부분이다.
6) 또는, 어쩌면 개발자가 아직도 웹표준에 대한 기술이 부족한 것일 뿐일 수도 있다. 가끔 보면 “표준을 위한 표준”에 목이 매어 어렵게 돌아가는 케이스가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7) 하긴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의 Waterfall개발방식을 아직도 고수하는 환경이라면 어느 누구한테 책임을 묻는다는 것 조차 언감생심이겠다. 8)
“사실은 우리가 뭔가 꽤 잘못해왔고, 여전히 잘못하고 있긴 한데, 그걸 드러내서 인정하기는 좀 그렇고, 당분간 고치기에는 능력이
딸리고… 뭐, 우리가 일부러 그럴려는 건 아니고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 그랬고, 그 때는 다들 그걸로 좋았으니까…”

웹표준적용에 들어가는 비용은 웹표준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잘못 만들어왔기에” 발생하는 비용이다.
결국, 웹표준 적용에 비용이 많이 든다면, 그건 지금까지 그만큼 무언가 놓치고 간과했고 실수하고 잘못해왔다는 고백일뿐.

이런 글을 쓰면 씁쓸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지도.(난 불친절한 금자씨라서. ^^;;)
헌데, 생각해보면,
그 비용은 회사로서는 당연히 지불해야하는 비용이고, 대개의 경우 개개 개발자들의 책임으로 지불해야하는 비용은 아니다. (그래서 웹표준 컨설팅때에는 언제나 경영자의 의지를 가장 중요한 선행조건으로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이 부분은 국내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취약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지난 개발에 대해 누구에게 직접적으로 잘못을 묻기도 어렵다. 즉, 조건없는 면죄부가 주어진거나 다름없는 셈.
그러므로 이 문제에 관해 일개 말단 직원의 가장 속편한 반응은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앞으로 잘하면 되지”인 셈이다.
책임이 있다면 경영진이나 최소한 프로젝트의 책임위치인 매니저나 리더가 져야 할 뿐. 헌데도 왜들 이리도 애써 변명(?)하고
저항(?)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게 모두 노무현 탓 아니, 불친절한 금자씨 때문이라면 할 말 없고.)

카테고리: 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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