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1병은 왜 750ml인가.

일찍이 미터법 도량형을 주창한 프랑스가 와인의 최대생산국임에도 어째서 1L나 500ml가 아닌 0.75L라는 애매한 단위를 도입하게 되었는가. (물론, imperial fl oz로는 26.40, US fl oz로는 25.36 이라는 더 괴랄맞은 숫자가 나오긴 한다.)

한동안 유행하던 설명은;

  • 병을 불어 만드는 유리 장인들의 평균 폐활량이 그 정도라서. 라는 설과, (사실 일반 남성의 평균 폐활량은 3500cc라서 750ml를 정확히 계량하기 어렵다.)

  • 대략 한 병에 5잔 어치가 나오므로 평균적인 식사의 서빙용으로 적합하다는 설이 있는데, 후자의 경우에는 그렇다면 6잔 어치로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여하튼 두 가지다 딱히 근거는 없는 설이라서 신빙성을 갖기는 어렵다. 낭만적인 설명이긴 하지만.

대저, 유럽에서 역사적으로 뭔가 이상한 일이 생기면 그건 다 혐성국 때문이라고 봐도 좋은데, 프랑스 와인의 최대 고객이 바로 영국이었으니, 이 나라의 “Imperial gallon”이라는 단위는 4.54609L에 해당한다.
양국간의 와인 무역에서 단위 변환에 골머리를 썩이던 상인들은 미터단위와 임페리얼단위 사이에서 가장 계산을 단순화할 수 있는 황금비를 찾아내었으니.
바로, 50갤런들이 와인배럴 단위로 거래를 하는 것. 50갤런은 225L가 된다. 이걸 300병단위로 나누면 1병당 750ml가 된다. 이걸 다시 수송에 편리하도록 2×3 단위 박스에 나눠 담으니 6병들이 1갤런 어치가 와인 박스의 기본 사이즈가 되었다. 소수점 계산 필요없음.

역사적으로 이상한 건 영국때문이라 치고, 미국도 현대까지 괴상했던 건 피할 수 없어서, 1979년까지 미국의 와인 1병은 750ml가 아닌 1/5 US 갤런이었다. 그래서 757ml. 어휴, 혐오스러워라.

와인 한 병을 항송 포장해서 한국까지 보내면 항송부피무게로 최소 2Kg 발생하는데, 대략 병무게가 600g 정도 한다. 우리가 와인을 팔고 있지만, 왜 이리 운송비가 많이 드냐라고 물으면 병이 무겁고 깨질까봐 포장을 빡세게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라고 밖에.

면세로 사서 핸드캐리 해가시는 게 제일 쌉니다. 두 병까지는 수입관세도 면제.

카테고리: Odds & 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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