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이 거품스럽다는 우려속에는 여러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겠으나, AJAX만큼이나 Tag 만능주의가 되는 것 또한 상당히 경계할 만하다.
물론 폭소노미로서의 태그에 효용이나 의의가 없을리 없다. 잘 된 태깅은 분명 그만큼의 효과를 돌려준다.
그런데 도대체 잘 된 태깅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혹은, 태깅을 잘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1. 멀티 카테고리로서의 태그
전에도 말한 바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그를 멀티카테고리로 인식하고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애초에 멀티카테고리를 지원하는
WordPress나 MovableType 등에서, 멀티카테고리가 있음에도 태그를 사용한다는 것은 “왜?”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안겨준다. 실상 태그 플러그인등을 설치하지 않아도, “태그클라우드 형태”의 리스팅이나 아카이빙은 WP나 MT에서는 조금만 손보면
얼마든지 쉽게 가능하다.
반대로 멀티카테고리를 지원하지 않는 TT등의 경우에는, 그냥 멀티카테고리를 지원하도록 다음 버전에서 내놓는다면 그 즉시 태그의 효용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그가 화두가 된다는 뜻은, 즉, 태그는 멀티카테고리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뜻.

2. 인스턴트 카테고리로서의 태그
택소노미와 폭소노미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그루핑-라벨링의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라는 점이겠다. 편집진 혹은 운영진이
주의깊게 준비한 분류법을 따르느냐, 아니면 개인의 즉흥적이면서 사적인 분류를 택하느냐.(엄밀히 말하자면, 이러한 개인의 분류가
집단으로 모인 것까지를 폭소노미라 한다.)
그런데 블로그란 결국 필자와 편집자(개인용 설치형이라면 운영자까지)가 동일한 법. 필자 자신이 붙이는 태그라는 것이 폭소노미가
될리 만무하다. 바꿔 말하자면, 컨텐트 생산자(재생산 포함)가 붙이는 태그란 집단지성따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전형적인 택소노미식
분류법의 또다른 모습일 뿐. 유일한 차이라면 즉석에서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점 정도? 제로보드등을 사용할 때에는 카테고리
하나를 생성할 때에도 신중하게 심사숙고했었으나, 소위 태그란 시스템하에서는 즉석에서 태그를 결정하는 정도의 차이랄까..
개인 블로그(개인 웹앨범, 개인 mp3관리기 …등)에서의 태그란 즉석 카테고리(또는 즉석-멀티-카테고리)를 좀더 그럴 듯하게 이름붙인 것 뿐.

3. 키워드로서의 태그
종래의 HTML등에도 keyword라는 것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키워드와 태그는 어떻게 다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컨텐트 생산자 입장에서는 키워드나 태그나 그게 그거다.
예를 들어, 이 글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태그, tag, 태깅, tagging, 좋은_태그…” 뭐, 이런 거겠지.
그럼 이 글의 태그는?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하등의 차별적 존재가치가 없는게 개인 블로그에서의 태그의 지금까지의 모습.

4. 키워드로서의 태그 -2-
키워드나 태그나 그게 그거인 상황은 텍스트 컨텐트에서는 더욱 극명해진다. 앞서의 예는 좋은 키워드-태그일까?
틀리지는 않았으나 낭비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텍스트 컨텍스트 내에 이미 해당 키워드-태그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전앞”이라는 것과 마찬가지의 잉여정보.
시맨틱을 파악하기 어려운 비텍스트 컨텍스트에서 키워드-태그는 효용이 꽤 있다. 아직 이미지 분석 기술이 덜 발달했기 때문에,
사진에 “내친구 홍길동, 크리스마스, 싱글파티, 샴페인, 대학로”라는 키워드-태그를 붙여두는 것은 검색과 그루핑을 위한 좋은
라벨링이라 할 수 있다. mp3에 “이효리, 2집, Getya, 댄스곡, K-Pop”이라는 키워드-태그는 곡선곡을 하고 분류를
하는데 좋은 라벨링이다.
허나, 텍스트 위주의 컨텐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IT”라는 단어를 하나도 안쓰고 IT에 관한 글을 쓰는 경우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경우에는 텍스트 내에 생산자가 붙일 법한 좋은 키워드-태그는 높은 가중치로 등장하기 마련이다. 제목에 들어가 있다거나,
굵은 글씨로 강조되어 있다거나, 여러번 반복된다거나.

5. Flickr
사실상, tag의 본질적 관점에서 보자면, Flickr의 태그시스템은 그다지 좋은 예라고 볼 수 없다. 확실히 사용자에게 편리하긴 하지만 그 점은 4.에서 말한 비텍스트 컨텐트에 대한 즉석-멀티-카테고라이징의 편리함일 뿐, 엄밀히 말해 폭소노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폭소노미는 태그로 구현되지만, 태그 자체가 폭소노미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폭소노미의 핵심은 재정의에 달려있다. del.icio.us의 태그가 Flickr의 태그와 다른 이유이다.

6. “태그를 달아주세요.”
블로그에 한정지어 보자면, 태그가 멀티카테고리에 불과한 현재 상황에서, 태그의 본래 의미를 찾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확실한 것은, 필자 자신이 하는 태깅은 의미없다는 점. 그건 그냥 멀티카테고라이징일 뿐이니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마치 별점 주듯이 독자-방문자가 임의로 태그를 입력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제법 그럴 듯해보이는 이 방법은 실은 가장 멍청한 방법 중 하나이다. 위키도 아닌데 남의 블로그에 딱지를 내 맘대로 붙인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집단지성 맹신파들에게는, 그렇게 한명 한명의 방문자가 재정의해준 라벨링이 다른 방문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이들은 가장 중요한 “사용자의 동기”를 간과하는 셈이다.
del.icio.us의 태깅이 효과적인 이유는 그것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바로 도움(내 북마크의
분류)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그 조건이 만족되어야만, 그러한 개인의 태그들을 모아 폭소노미를 이룰 수 있다.
헌데 del.icio.us같은 “나만의 분류법”이 “타인의 블로그”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평생 그 특정 블로그만 끌어안고
산다면 모를까 어리석은 짓이다. 문제는, 이러한 어리석은 짓들이 태그를 이용하는 서비스에 신선한 모델인것마냥 자주 눈에 띄인다는
점. 심지어 구글마저도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태그붙이는 게임까지 만들어야 하지 않았나.

7. “태그를 달아주세요” -2-
결국 컨텐트 생산자가 달아도 무용지물인 태그. 그렇다고 소비자(구독자, 이용자)가 선한 마음(?)을 갖고 태그를 달아주기를 기다리는 것도 어리석은 짓. 결국 태그는 그저 계륵인 것일까?

8. “네가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하지 마라.”
다시 블로그의 태그로 돌아가보자. 블로그의 특정 포스트에 가장 좋은 태그는 어떻게 붙일 것인가?
“del.icio.us의 해당 포스트를 다른 사용자들이 북마크하면서 붙인 태그가 가장 좋은 태그이다.”
이 문장안에는 태그의 단점을 상쇄시키는 몇가지 핵심아이디어가 들어 있는데,
1) 타인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붙인다.
2) del.icio.us라는 vocabulary – collabulary를 참조한다.(모호성 제거)
3) 편집자/운영자/컨텐트 생산자가 관여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은 또다른 태깅방법도 가능하게 한다.
바로 검색엔진과 referer를 이용하는 것.
만약 누군가가 이 글을 “쓰잘데기 없는 글”이라는 검색어로 검색해서 찾아왔다고 하자. 그에게는 이 글은 “tag”가 아니라
“쓰잘데기 없는 글”로 대표되는 글이다. 그럼 저것을 태그로 붙이는 것. 그것이 구독자에게는 필자가 붙이는 태그보다 더 가치있고
의미있는 태깅이다.

결론 비스므레 말하자면, 블로그에 글쓴이가 태깅하지 말 것. 반대로, 타인이 자동이든 수동이든 태깅할 수 있게 내버려두라는
것. (혹은, 타인이 자동이든 수동이든 태깅할 수 있는 도구를 제작하는 쪽이 더 가치있다는 것. – 블로그 개발자들에게 전하는
말.)

태깅하지 말라해서 강제적일 수야 있나. 사용자가 태그를 멀티카테고리 대용으로 사용한다면 그냥 그렇게 쓰는거지 뭐.
사실 이 문제로 왜 블로그 사용자가 고민해야 하나. 블로그 개발자들이 고민해야 할 일이지. 그저 멀티카테고리를 구현해놓고 태그라고 뭔가 거창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디 블로그만의 경우이겠냐만.

* WP나 MT의 태그 플러그인들은 본시, del.icio.us나 technorati등의 태그시스템에 편하게 연결하기 위함이었음. 요새야 워낙 혼잡해져서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헷갈리는 지경이지만.
그러니까,
<a href=”/tags/something” rel=”tag” >가 아니라
<a href=”http://del.icio.us/tags/something” rel=”tag” > 였다는 말씀.

카테고리: 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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