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챔피언이 되었고, 야구는 세계 1~2등쯤 되었다.
이쯤되면 뉴스도 특별편성되기 마련이고 자뻑모드 집중탐구 프로같은 것도 편성되는 것이 방송의 생리.
그런데 이런 방송을 보면 결론은…
“이렇게 인프라투자 없는 척박한 환경속에서 역경을 딛고 쾌거를 이룩한…” 이 되기 마련. 더불어 “기본 베이스가 탄탄한” 일본이나 기타 선진국과의 비교도 양념삼아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기본투자가 부족한 한국의 현실에 대한 개탄과 나아지길 바란다는 덕담수준의 입장표명은 보너스.
물론, 이러한 대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는 성공신화라는 점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이긴 한데, 대부분의 반전영화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임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류의 전설은 충격적인 결말을 위해 인위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면 엉성한 구멍이 생기기 마련.
즉, 뒤집어 말하자면,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처럼) 사회적 차원의 인프라투자를 아무리 해봤자, 김연아나 박태환이나 봉중근이나 박지성같은 개인 하나를 못이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 이래놓으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투자수익률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차라리 기본 베이스같은 것에 투자하느니 그냥 열악한 대로 놔두는 쪽이 투자대비 더 좋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어쩌다 가끔 성공케이스가 하나만 나와도 기본투자가 제로이다보니 수익률은 무한대에 수렴…
물론 그럴리야 있겠나… 뭐라 해도 여전히 야구는 일본쪽이 미세하나마 우위인거고, 여자피겨 올림픽 출전권도 일본이 우리보다 한장 더 많은게 사실. 아주 확률이 적은 특이점 하나가 마치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정도.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특이점 자체에 환장한다는 것. 일단 출발점이 열악할 수록 좋아하고(“라면만 먹고 뛰었어요.”), 반대로 골지점은 세계 1위여야 한다는 점. 적당히 세계 10위 수준… 이런 건 듣보잡 취급. 세계랭킹 110위인 테니스 이형택선수를 아는 사람이 누가 있으며, 아니 그걸 떠나 오늘 김연아랑 같이 뛴 한국 선수는 이름이나 기억하고 계신가?
그러다보니, 기초투자란 말로만 부르짖는 것. 왜냐하면, 기초투자를 한다 해서 단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반대로 하지 않아도 성공케이스가 간간히 나와주기만 하면 그걸로 끝. 애초에 성공케이스가 아예 안나오면 문제거리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아웃오브안중인 마당이니 이거 참 편리한 구조다.
더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는 참 오묘해서, 열악한 환경에 있을 수록 세계 1위 성공확률이 더 높은 듯.(그래 보이는 것뿐이겠지만.)
투자의 규모로 성공을 이룬 것은 산업분야의 일부(반도체, 조선 같은…)이며, 어떤 경우에는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고 관심을 쏟을 수록 그다치 한계효용이 올라가지 않는 것도 있는 듯 하다.(정보화지수 같은거?? 아니면 학력지수 같은거…)
반대로 세계에 좀 알려졌지 싶은 것들은 어찌나 하나같이 다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출신인건지.
그러니 놀랍지도 않은 결론.
“대한민국은 해당 분야에 사회적 투자가 없을 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응?)
결국, 대한민국의 사회자체가 공동체의 책임이나 시스템보다는 사적인 능력이나 재능에 기반하는 사회라는 반증이며, 구성원들조차 그러한 구조를 당연히 생각할 뿐더러, 나아가 그러한 구조를 오히려 갈망하는 상태라는 점.
우리나라에서 사회주의나 사민주의가 힘을 못쓰는 이유…이지 싶다. 이러한 마인드이니 가난은 개인의 노력문제일 뿐이요, 사교육은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기회보장이라는 망발이나, 회사의 제일목표가 주주가치실현이라는 망상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이해가 되는 듯.
0개의 댓글
monomask · 2011-01-12 06:04
스포츠 인프라에 대한 비슷한 글이 있어 하나 소개합니다. 올림픽 시즌이라 좀 된 얘기지만, 사회적 인프라의 충원이 아니라 개인 선수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올림픽 성적에 대한 문제 의식을 제기한 글이지요. 제 글이 아니라 트랙백은 못 걸고 링크:
http://blog.daum.net/och7896/6675634
jef · 2011-01-12 06:04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것을 사회가 너그러이 용인하는 곳. 전 하루하루 지내면서 그런 생각까지 들더군요.
정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