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대북사업’이라는 코드명(?)의 프로젝트 책임자인지라 북한땅도 다녀오고, 북한사람들이랑 메일도 주고 받고 있는 마당에 최근 북한과의 관계경색이 신경안쓰일 수는 없는 일.

아마도 올해는 평양이나 개성방문은 어려울 듯 싶다.(대련이나 심양, 북경을 이용하게 될 듯.) 그걸 떠나서 북한이랑 계속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당연.
지난 여름부터 거진 10개월 가량 경험해본 바 느끼는 몇가지 단상.
* 북한 사람들은 철저하다.
다른 말로 하면 깐깐하다. 남한에서 흔히 통하는 ‘한국식’ 접근법은 안 통한다. ‘나머지는 진행하면서 그때그때 상황봐서 결정하죠..’라든가, ‘척하면 착…’  같은 것은 무리. ‘deal’이라는 개념도 없다. 돈문제를 봐도 100원이 드는 일이라면 100원을 불러야 한다. 네고할 걸 예상하고 120원을 부르고 상대쪽에서는 80원을 부른 후 딜을 통해 95원에… 같은 방식을 이해못할 뿐더러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자존심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긴 deal이라는 것 자체가 자본주의의 양식미에 해당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폴레옹 이전의 프랑스 육군장교들은 전술전략 대신 항복절차에 대해 토의했다고 하던가? 북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보다보면 가끔 우리가 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요즘은 북한 사람들도 빠꼼이가 다 되어서, 나름 딜하는 거 잘한다. 사실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보다 더 잘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세련미가 떨어져서 그렇지.
* 자존심이 세다.
물론 북한도 돈이 필요하니까 우리랑 사업하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자존심 > 돈 이다. 남한에서 자존심 < 돈 이랑은 다른 모습. 그러니까 계약이나 협상할 때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곤란하다. 일단 갑,을 관계에 대한 이해가 우리랑은 완전 달라서, 완전히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따라서 우리가 갑이라 한들 노예처럼 부리겠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한다.
반대로, 자존심을 자극하면 어지간히 무리한 요청도 제법 잘 들어주는 편이다. 이런 것도 남한에서의 관습과는 다른 편.
* 북한의 인건비는???
개성공단은 1인당 평균 인건비가 월 60달러 수준이라는데, 우리 프로젝트는 개성공단에서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특수업무라서 일괄비교는 어렵고 또 사외비라 여기 블로그에서 공개하기는 곤란.
여하튼 한가지 에피소드는, 처음 내가 프로젝트 비용을 산출하며 인건비를 잡았는데, 와… 너무 적게 잡은 거 아냐… 하고 내심 고민하며 기안을 올렸다가 왕창 깨졌음. ‘너무 적게 잡은 거 아냐’라고 고민하던 금액에서 0을 하나 더 뺀 게 ‘시세’라고 함. 아니 그래도 나름 그쪽에서는 엘리트들인데 진짜 그거만 줘도 되는 건지 한참을 고민했음.
아무튼 싸기는 진짜 싸다. 솔직히 개성공단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반적인 제조업체라면 확실히 개성공단은 중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생산기지로서의 메리트는 매우 높다고 하겠다. 그래서 현재의 남북대치 상황은 사실 좀 안타깝다.
* 쓸 데 없는 단상.
북한과의 통일후 혼란을 막기 위해, 혹은 북한 내부의 저항압력을 위하여, 혹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뭐 기타 등등 다양한 이유로…
북한의 경제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는데…
다른 이유는 모르겠고, 북한의 경제가 나아지면 북한 내부에서 저항압력이 높아져 정권교체나 통일압력이 생길거라는 관측은 좀 무리아닐까.
북한이 지금보다 먹고 살만해진다면 뭐가 아쉬워서 남한이 하자는 대로 오냐오냐 따르겠냐는 생각이 퍼뜩 듦.
뭐, 그렇다고 대결구도로 가자는 소리는 아니고.
카테고리: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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