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끌어오는 검색엔진 최적화 – 쉐리 써로우 지음, 박혜선.최윤석 옮김/에이콘출판 |
사실, 한국시장에서 SEO라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살짝 회의가 드는 것이, 어차피 오버츄어나 네이버에 얼마나 돈을 지불하느냐가 유일한 전략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따라서 제목처럼 SEO를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그닥 한국 현실에서 건질 내용은 적다고 하겠다.
그러나 SEO라는 것이 마케팅을 위한 수단처럼 인식되고 있는 편견을 깬다면, 의외로 이 책은 “Web Designer”라는 직군을 위한 좋은 교재이자, 체크리스트로 활용될 수 있겠다.
잠깐 삼천포로 빠져서, “기획자”라는 단어를 영어로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의 기획자라는 직군은 다른 나라출신들이 본다면 꽤나 정체불명의 역할을 맡고 있는 실정이라 번역이 어렵다.
대개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기획자라는 직군에서 프로젝트의 관리와 일정등을 책임지니 Manager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또 론칭 계획과 사업전략도 잡으니 Planner의 영역에도 속하며, 고객 응대나 웹사이트 전반에 대한 관리도 맡고 있으니 Web master라고 불리워도 된다.
그럼에도 원칙대로 하자면, 국내의 “웹기획자”들은 대부분 “Designer”라고 번역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의 가장 큰 역할은 하나의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정의하고 설계(design)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면 대개 “드좌이너(앙드레김선생님풍)”들과 혼동하기 마련이다. Product Design(제품설계)과 Visual Design(그래픽 디자인)은 크게 보아 사용하는 도구가 다를 뿐 같은 design의 영역에 속하는 데도 서로 하는 일이 다르다고 믿고 있는 형편이다. (하긴 art와 design의 차이를 구별못하는 드좌이너들도 많은데.)
그렇게 따지면, 개발자와도 크게 보아 사용하는 도구가 다를 뿐 같은 일을 하는 거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겠다. 그래서 나온 용어가 Information Architect. 음. 그런데 이러면 DBA나 SA들과 혼동되려나.
어쨌거나, 기획자의 잡다구레한 많은 일들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웹사이트의 전면부 모든 것에 대한 설계… 라면, 분명히 이 책에서 다루는 부분에 대한 것도 기획자가 기획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실상 국내에서의 현실은, 이 책에서 다루는 부분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현시창.
기획자는 기술에 문외한인데다(문외한일 수록 더 나은 기획자라는 이상한 분위기도 한 몫), HTML이나 스크립트나 뭐 그런 건 저기 불가촉천민인 누군가들이 해야하는 작업이라 생각하고 있고.
드좌이너는 아~트를 하시느라 종종 이 책에서 지적하는 실수를 creativity라고 착각하고 계시고(게다가 역시 드좌이너에게 HTML을 맡기면 안된다. 스스로 하드코딩할 줄 안다고 주장하는 드좌이너들이라 하더라도.)
그나마 개발자 쪽이 가장 우호적이긴 한데, 대한민국 웹개발자들의 절반은 HTML을 손대는 것이 무슨 음식물 쓰레기 치우는 것인양 얼굴을 찡그리기 때문에.
결론은 이를 전담하는 퍼블리셔가 제격이긴 한데, 대개 가장 끗발없는 포지션인 것이 현실이라, 이 책에 있는 내용을 적용시키려 해도 일단 협조부터가 어렵다능.(게다가 대개의 Waterfall방식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서는 퍼블리셔는 프로젝트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일하기 마련이라,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그러니, 결국 기획자(Product Designer)가 퍼블리셔(UX/UI Specialist)를 직속으로 두어 개발자와 드좌이너를 지휘하도록 하는 게 그나마 가장 이상적. 그럴려면 기획자도 이런 내용을 알아두어야 한다는게지.
그럼 무슨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게냐…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웹사이트의 특성에 맞는 좋은 정보설계에 대한 각론들이다.
예를 들어 페이지의 타이틀 하나만 하더라도, 어떤 기술적인 특성하에, 어떤 컨텐트를 어떤 식으로 담아야 하는가… 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
이것은 단지 “검색엔진에 잘 걸리기”라는 상당히 촌스럽고 속물스러운 요구사항을 넘어서는, 좋은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한 기본기에 해당한다. (물론 우리는 대개 기본기를 무시하고 회오리불꽃슛만 찾고 있기는 하다.) 결론은 기본기에 충실하면 검색엔진 가시성같은 건 자동으로 뒤따라오는 것.
역자인 최윤석님과는 한때 같은 회사에서 일했고, 틈틈히 점심시간에 회사앞 커피숍에 노트북 들고 나가 번역작업을 하는 것을 보았던지라, 이렇게 괜찮은 책을 번역해 소개해주신 것에 매우 감사하는 바이다.
0개의 댓글
mindfree · 2011-01-12 06:06
책 제목만으로는 전혀 사고픈 마음이 없는데 그 아래에 적으신 '웹사이트 제작 프로젝트의 먹이사슬(?)' 혹은 웹기획자의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선 책을 사볼 마음이 생기네요. (대략 1분 뒤에, 그러니까 댓글 다 적고 구매목록에 넣을 예정입니다)
얼마전에 제 동료 기획자가 명함을 새로 만들 때 '영문명칭으로 planner라고 기재될거다'는 말을 듣고 크게 반발하는 일이 있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designer라고 해야하지 않나 했지요. 하여간 애매한 직종. ^^;;